차창 위로 빗물이 얽히고설켰다. 그 속에서 잿빛 도시는 소리 없이 일그러졌다. 차 안은 어둡고 적적했지만 나나 운전사나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물비린내에 취한 와이퍼가 삐그덕삐그덕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손님, 어디서 내리세요?”

           “○○○아구찜이요.”

운전사는 핸들을 꺾었다. 백미러에 걸린 십자가와 악세서리용 액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사진 속 양갈래 머리의 소녀는 얼굴을 찌푸린 채 웃고 있었다. 나는 다시 추적추적 녹아내리는 창밖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에도 비가 내렸었다. 방에서 빗소리가 투둑투둑 고이는 모습을 보고 있던 중, 휴대전화가 울렸다. 내일 시간 되면 잠깐 만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빗줄기 때문인지 아내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눅눅했다.

삼 년 조금 넘었던가. 피 흘리며 애원하는 집사람과 벌벌 떠는 딸을 내팽개치고 나온 것이. 그 이후로 아내와 첫 만남이었다.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왜 날 보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가 다녀올 소아병동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만나자고 했다. 알았어, 그럼 내일 봐. 아내의 목소리가 툭 끊겼다. 통화를 마친 나는 빗소리가 방 안에 고이고 고여 내 목까지 차오른 것을 깨달았다.

택시는 이제 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새 한 마리 날아다니지 않는 하늘에 철근 케이블이 늘어져 있었다. 교량 아래로 탁한 강물이 흘렀고, 차 안 라디오에서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제 오후 △△워터파크로 현장학습을 온 초등학교 2학년생이 물에 빠져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안전요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실로 옮겼지만 학생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워터파크 전체를 순환하는 유수풀이었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물살을 거슬러 출입구로 나오지 못한 학생은 체력이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고 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앵커가 전했다.

택시는 금방 음식점에 다다랐다. 나는 갖고 있던 돈을 모두 털어 차비를 냈다. 아직 아내는 도착하지 않았다. 결혼하기 전 그녀와 자주 방문했던 곳이었다. 해산물 요릿집이 으레 그렇듯 입구에 커다란 수조가 있었다. 물은 가득했지만 기포기가 멈춰있었다.

한참 동안 나는 수조에 담긴 물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비인지 우울인지 죽음인지 모를 것들이 점점 거칠게 내렸다. 얼굴을 물에 박고 둥둥 떠내려가는 몸뚱이가 구름 사이로 지나갔다. 익숙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알 밑이 뜨끈하고 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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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조에 얼굴을 담근 채 축 늘어져 있었다. 몸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항상 무언가에 목말라했다. 그는 물에 잠겨도 물을 마시고 싶어 했다.